리뷰/기타

불닭

모자걸이 2021. 6. 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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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불닭을 먹었다.
내가 천안에서 일을 할 때, 2010, 2011년즈음에는 불닭을 정말 자주 먹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한 그때의 기숙사에서는 불닭의 인기가 엄청났다.
회사의 기숙사가 외지에 있다보니 불닭집에서 배달을 오는데에만 시간이 꽤 걸렸다.
보통의 가게라면 배달을 해주지 않을만한 거리였다.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으니 한 번 배달올때 경차에 다섯, 여섯팀의 배달을 한번에 싣고 올 정도였기에 배달이 가능했다.

각자 기숙사 호실 내에서 먹는사람들도 많았지만 기숙사의 공용공간에서 먹는사람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기숙사의 규모가 꽤나 컸기에 공용공간들이 많았다.

퇴근 후 친한 누나들과 불닭을 먹을때면 같은 호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때문에 공용공간에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발견한 가게의 불닭.

천안에서 먹었던 불닭은 오늘 먹는 이것과는 좀 다른 형태였다.
닭을 잘게 자르고, 빨간양념에 떡이있는것은 비슷하지만 양념이 달랐다.
천안의 그것은 양념이 상당히 마른형태의 꾸덕함이 있었다.
그리고 정말 매웠다. 먹고나면 다들 다음날 소위말하는 불똥(?)을 보게될 정도였다.


계란찜과 양배추 샐러드, 양파절임

양파절임과 계란찜은 기본, 샐러드는 추가매뉴이다.
그때의 그 가게에선 계란찜이 추가매뉴였다. 대신 큰통에 조리되어 양이 상당히 많았다.
계란찜과 샐러드는 매움을 쫓아내는데 도움을 준다.


전체메뉴와 음료(?)들

매운음식에 쥬시쿨 또는 쿨피스류는 국룰이지만
천안의 기숙사에서 먹었을때 나와 내친구들은 막걸리와 같이 먹는것도 즐겼다.
어떨때는 그냥 막걸리, 어떨때는 사이다를 섞어서.
불닭이 매운맛이 업무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고, 막걸리의 시원힘 그 매운맛과 갈증을 날려주었다.
상호보완적이고 상호상승적인 관계이다.


사실 천안 기숙사라고 계속 작성했지만 주소상은 아산이다.
왠지 모르게 아산보다는 천안이라는 생각이 더 깊게 박혀있다.
궂이 이 이야기를 적는것은 그 때 마셨던 막걸리가 음봉막걸리였기 때문이다.
아산의 음봉양조장에서 제조되는 지역 막걸리인데 마침 불닭과 함께 먹을 기회가 있어 먹게되었는데 궁합이 잘 맞았다.
기숙사 근처에는 판매하는 곳이 없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15분을 달려 막걸리를 사고, 다시 15분을 달려 돌아오는일이 많았다.


주먹밥대신 김자반을 비벼만들었다.

사실 불닭에는 주먹밥도 빼놓을 수 없다.
한손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밥을 뭉치고, 그 위에 샐러드와 불닭을 얹어 먹는것이 불닭을 맛있게 먹는 공식이었다.
오늘은 매뉴추가를 하지 않고 밥없이 먹으려고 했는데 결국 참지못하고 주먹밥대신에 밥과 김자반을 비벼서 간단히 만들었다.



16년에 천안에서의 회사를 그만두고 대구에 내려온 후 불닭이 많이 그리웠다.
가끔 천안에 놀러갈 일이 있으면 불닭을 먹고 내려올 정도였다.
대구에서는 아직 천안에서 먹었던 불닭같은 불닭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에 찾은 이 가게가 그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어 준다.
다만 조금만 더 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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